달러 강세가 신흥시장은 물론 미국과 전 세계를 모두 힘들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월스트리트 저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달러 강세는 미국 수입품의 물건을 싸게 만들어 미국인들의 구매력을 높이지만, 신흥국은 물론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하는 미국 기업들에도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다음은 저널이 정리한 강달러가 문제가 되는 5가지 이유입니다.
1. 신흥국
달러는 세계 기축통화로서 국제 간 상품 거래에 사용됩니다. 신흥국은 특히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대출하고, 부채가 달러로 책정되기 때문에 달러 강세에 취약합니다. 달러 강세는 신흥시장 통화를 덜 가치 있게 만들며, 이는 신흥국의 상품과 서비스 수입 가격을 더 비싸게 만들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킵니다.
올해 초 신흥시장은 달러가 반등했음에도 회복력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해당 국가의 구리, 콩, 커피 수출에 도움이 됐기 때문입니다. 다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세계 경제학자들은 신흥국이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2. 기업 실적
국제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미국 기업들은 달러 강세를 이유로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먼저 이와 같은 경고를 내놓은 기업이었으며, 농기계 제조업체인 디어앤코도 강달러가 미래 수익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애플, 구글, 알파벳, 엔비디아 등 해외 수익에 크게 의존하는 기업들은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주가가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3. 글로벌 경제
세계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긴축하는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그러나 강달러는 이러한 일을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헤지펀드 멜 가르트KEAL 캐피털의 키스 데칼루치 최고 투자책임자(CIO)는 "강달러는 여러 이유로 유럽의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라며 "그들이 거래하는 가장 중요한 상품이, 에너지를 포함해 달러로 책정되기 때문이다"라고 합니다.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너무 빠르게 올리면 침체 위험이 커진다는 점도 걱정거리입니다. 투자자들은 인플레 억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국가들에 프리미엄을 주는 경향이 있으며, 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 달러가 올해 급등한 이유도 바로 그것입니다.
4. 환율 개입
일각에서는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각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1985년 영국과 프랑스, 서독, 일본 등은 미국과의 플라자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달러 강세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였는데요. 대다수 월가 분석가들은 현재 정치 지형에서는 그러한 개입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지만, 일부는 그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5. 달러 차입
자산운용사들은 통화 간 금리 스와프 시장에서 달러가 부족해지는지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습니다. 변동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달러를 사재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3월에 달러 자금 조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연준은 외국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달러로 전환하도록 할 수 있는 대출 창구를 가동했습니다.
소위 스와프 라인으로 일컬어지는 이 대출 창구는 시장 혼란기에 중앙은행들의 달러 접근을 허용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글로벌 긴축 사이클이 달러를 강화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낮출 수 있으나, 연준은 강달러가 가져올 금융시장 불안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무리
달러·원 환율은 지난달 중순 1410원대를 기록했으나 이달 들어 계속 떨어져 한 달만에 100원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시장에서는 '강달러' 현상이 끝나고 연말까지는 연준에 대한 경계감이 완화되면서 환율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연준 고위 관리들이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 긴장을 늦출 때가 아니라고 합니다. 특히 금리가 오르면 나타나는 위험들이 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환율 하방 리스크보다는 급등 리스크가 더 크다고 합니다.
단기적으로 연준의 속도 조절 기대가 시장에서 안도감을 줄 수 있으나 아직 최종 금리 수준의 상향 조정 여지는 남아 있으며 이후 나타날 경기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해 보인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