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이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휘말리면서 책임론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인데요. 결국 단초를 제공한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전면 사퇴를 밝히면서 어버이날인 8일 주가는 소폭 반등했지만, 투자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SG 증권 매도 폭탄 사태의 나비효과
키움증권은 이번 폭락 사태에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는데요. 사건이 발생한 24일 이후로는 8 거래일 연속 하락세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4일 장마감 후 김 전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회장직에서 사퇴하면서 반등에 성공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키움증권의 지속적인 하락
실제로 다우그룹 내 상장 계열사 주가는 최근 급락했습니다. 키움증권이 대표적입니다. 키움증권 주가는 4월 19일부터 11 거래일 연속 하락 중입니다. SG 매도 사태가 터진 24일(-4.5%) 이후로 보면 8 거래일 연속 내렸습니다.
역대급 하락세
키움증권 주가가 8 거래일 연속 하락한 것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9월 16~9월 25일 이후 처음입니다. 11거래일 연속 하락은 역대급 기록입니다. 키움증권의 시총은 지난달 21일 2조 7451억 원에서 이달 4일 2조 3335억 원으로 4000억 원가량 증발했습니다. 주가는 10만74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17.1% 급락했습니다.
하루에 667억 원씩 시총 증발
다우그룹 내 7개 계열사 중 SG증권 발 매도 폭탄을 맞은 다우데이터를 제외한 6곳(키움증권, 다우기술, 키다리스튜디오, 사람인, 한국정보인증, 와이즈버즈)의 시총은 같은 기간 4조 5028억 원에서 3조 9685억 원으로 5343억 원(11.8%) 증발했습니다.
하루에 667억 원씩 시총이 사라지고 있는 셈입니다. 키움증권이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충당금을 수천억 쌓아야 할 것이란 전망과 김 회장 사태가 직접 영향을 줬을지는 살펴봐야겠지만, 그룹 전체에 대형 악재가 터진 것은 분명한 상황입니다.
주가조작 의혹
김 회장은 지난달 20일 시간외 매매(블록딜)로 605억원 상당의 다우데이터 주식 140만 주를 매도했습니다. 이날은 SG증권발 주가 급락 사태가 발생하기 2 거래일 전인데요. 이를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사전에 주가조작을 인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대규모 매물 하한가 기록
앞서 지난달 24일 SG증권을 통해 대규모 매물이 출회되면서 8개의 매물이 하한가를 기록했는데요. 이 중에는 다우키움그룹의 지주사격인 다우데이터도 포함됐습니다. 다우키움그룹은 다우데이타→다우기술→키움증권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김회장 605억 원 현금 확보
그런데 김 전 회장은 이러한 '무더기 하한가'가 나오기 직전인 지난달 20일 블록딜(시간 외대량매매)을 통해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3.65%)를 주당 4만 3000원대에 처분해 605억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이후 다우데이타 주가는 폭락해 지난달 28일 1만7370원까지 내려갔습니다.
김익래 회장 전격 사퇴 이유
김 회장이 이번 사태와 연루됐다는 추측이 이어지자 키움증권을 비롯한 다우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 시총이 5000억 원 가량 증발한 것이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긴급 기자회견
이에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커지면서 김 전 회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어 회장직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고, 605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회장의 기자회견은 그야말로 긴급하게 진행됐습니다. 평소 김 회장은 언론에 잘 등장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룹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긴 채 은둔의 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라덕연 대표와의 관계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김 전 회장은 주가조작 수사 대상자인 라덕연 H투자자문업체 대표와의 관계, 과거 매매 시점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습니다.
투자자들의 분노
키움증권은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성장해 온 회사인 만큼 여론의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 사태에 분노한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키움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영웅문'을 삭제하고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투자자 이탈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 전 회장이 사퇴한 것 또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검찰의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너 리스크
연내 키움증권이 계획하던 초대형IB 인가 또한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별도 기준 자기 자본이 4조 원을 넘기면서 초대형 IB 발행어음 인가 요건을 갖췄으나, 최대주주인 김 전 회장에 대한 당국의 조사로 '오너 리스크'가 생기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지연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대주주의 고점 매도는 하락의 시발점이 된다"며 "수사가 진행돼 봐야 알겠지만 김 전 회장의 블록딜이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김 전 회장과 키움증권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합니다.